(※ 외교부 국립외교 원외교안보연구소 자료. 보고서 원래 제목은 『북한 제7차 당대회 개최 의미와 전망』)
▣ 북한은 왜당대회를개최하는가?
북한 당국은 지난 2015년 10월 30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를 통해 “주체혁명위업,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위업 수행에서 세기적인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 당과 혁명발전의 요구를 반영하여” 당대회를 소집하기로 결정하였다고 설명하였다. 이에 따라 5월 6일 북한 조선노동당의 제7차 대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북한은 당-국가체제(party-state system) 국가로서 조선로동당이 국가 우위에 있는 국가이다. 이론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지만, 굳이 비유를 하자면 민주주의 국가 중 대통령제보다는 의원내각제에 가까운 셈이다. 즉 국가수반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모든 인사들이 모두 집권당인 조선로동당의 당원인 것이다. 그리고 당의 최고 결정은 당대회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당대회는 결국 북한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결정들이 이루어지는 자리이다.
이번 제7차 당대회가 1980년 이후 36년 만에 개최되었다고 해서 그동안 북한이 조선로동당을 통해 중요한 결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당대회’가 전국적 당원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대회라면, ‘당대표자회’는 중앙의 주요 당원들이 참여하는 미니 당대회로 비유할 수 있다. ‘당대회’ 외에 북한은 ‘당대표자회’라는 형식으로 중요한 결정들을 진행해왔고, 김정은 제1비서의 후계자 결정도 당대표자회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지난 1980년 제6차 당대회에서 이뤄졌던 가장 중요한 결정은 김정일 후계 체제의 공식화였는데, 정작 김정일 시대에 들어와서는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그러던 당대회가 이번에 개최될 예정이어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럼 왜 김정은 제1비서는 이 시점에 당대회를 개최하는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분석하듯이, 당대회 개최는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당의 정상화 및 강화’의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김정일 시대에는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국가를 통치하면서 국방위원장의 역할을 확대하여 최고지도자의 권한까지 포괄하게 하였다. 이후 김정은 시대에는 공석이었던 당중앙위원회 위원들을 충원하고, 그동안 개최되지 않았던 정치국 회의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당중앙군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 당 중심의 통치가 시행되었다.
그럼 이번 당대회를 통해서 김정은 체제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크게 ▲인민생활의 향상 ▲김정은 시대의 선포 ▲우리 식 경제방침 강화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당대회를통해무엇을얻고자할까?
⑴ 인민생활 향상의 업적 과시
북한 당대회에서 중요한 정책 결정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사업총화 보고로, 그중에서도 경제 분야의 보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1차 당대회를 제외한 2~6차 당대회 자료집을 확인하면, 경제 분야에 대한 보고가 가장 많다. 이런 의미에서 그동안 당대회가 개최되지 않은 주요 원인은 북한의 경제난 때문이다.
실제로 제6차 당대회가 개최되고 3년이 지난 1983년에 당시 김일성 주석은 “1985년까지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10대 전망 목표 가운데 중요한 고지들을 기본적으로 점령하고 1986년에 우리당 제7차 대회를 열려고 합니다”라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1980년대 중반 제2차 7개년계획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여 2년간 조정기(1985~1986)를 거쳤고, 그 후 제3차 7개년 계획(1987~1993)도 사회주의권 해체로 달성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1986년에 개최하려 했던 제7차 당대회는 1980년대 중·후반부터 지속된 북한의 경제난으로 개최되지 못했던 것이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김정은 정권은 이번 당대회를 개최함으로써 경제난을 회복했음을 선포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북한은 이번 당대회에서 제6차 당대회 이후 36년의 기간이 북한 경제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극복하고 강성국가 기반을 마련한 시기로 평가할 것이다. 특히 선대의 유훈인 ‘인민 생활 향상’을 김정은 시대에 이루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다.
그리고 당대회의 주요 이슈인 장기 경제 계획(5개년 계획 또는 7개년 계획) 실시를 시작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북한은 4차 핵실험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대북 경제 제재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당대회 개최에 상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당대회 개최를 위해서는 많은 물질적 자원이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외부 수입으로 충당 가능한 생필품들 수입은 경제 제재로 인하여 수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해외무역 담당자들이나 각 대사관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반면 국내적으로는 경제제재의 효과가 일시적으로 가려지는 착시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당대회 개최로 북한에서는 전국에서 당원들이 평양으로 모이고, 이와 함께 전국의 물자들이 중앙으로 모이게 된다. 당대회 개최를 위해 북한 당국이 ‘70일 전투’ 등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이것은 결국 내부 동원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중앙 당국의 자금난이 해소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당대회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경제 제재에 따른 어려움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⑵ 김정은 유일 지배체제 공식화: 선군사상 실현
다음으로 이번 당대회는 김정은에 의한, 김정은을 위한 당대회가 될 전망이다. 김정일 시대에 개최되지 않았던 당대회를 김정은 시대에 개최한다는 점은 선대의 영향을 완전히 벗어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선대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 지위를 확고히 한 것은 북한의 사상적 토대인 ‘주체사상’의 체계화를 통해서였다. 북한의 주체사상은 1970년대 초만 해도 체계화되지 않았으나, 김정일 위원장이 1974년부터 ‘주체사상’을 체계화하면서 ‘유일 영도체계 10대 원칙’ 등을 주창하였고, 이를 통해 후계자의 위상을 공고화하였다. 반면 김정은 제1비서는 ‘백두 혈통’을 통한 후계자 승계 외에 구체적 업적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 당대회를 통해 김정은 제1비서는 선대 김정은의 사상인 ‘선군사상’을 실현한 업적을 지도자로서의 위상 공고화로 삼을 것이다. 김정일 시대에 선군사상이 체계화되었지만, 김정은 시대에 이 사상이 구체적으로 실현되었다는 점을 활용할 것이다.
김정은 시대에 북한 당국이 내세울 업적은 두 차례의 핵실험, 위성이라 주장하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최근 성공을 주장하고 있는 잠수함 발사 탄도유도탄(SLBM) 발사 등이다. 북한은 이러한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김정은 시대의 선군사상 구현으로 포장하고 홍보할 것이다. 이를 통해 김정은 제1비서가 후계자로서 선대의 사상을 체계화하고 실현했다는 점을 들어 정통성 강화에 노력할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헌법에 이어 당규약에서도 핵보유국을 명시할 것인가 하는 당규약 개정 문제이다.
또한, 김정은 시대의 선포는 엘리트의 세대교체를 통해 마련될 것이다. 김정은 시대 들어서서 엘리트들의 세대교체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북한 당국이 지난 2015년 ‘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 즈음부터 강조해온 키워드는 ‘청년’이다. 이번 당대회는 젊은 지도자인 김정은 시대를 이끌어나갈 엘리트들을 젊은 세대에서 발탁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기존의 ‘노장청(老壯靑)’의 조화를 계승하면서 젊은 엘리트들을 보완하더라도 윗세대의 엘리트들은 실권이 없는 상태일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김정은 유일 지배체제를 지지하는 엘리트들을 등장시킬 것이다.
⑶ ‘우리식 경제관리 방법’의 확대 및 강화
당대회에서 주목을 끄는 이슈 중 하나로 북한의 경제개혁을 들 수 있다. 36년 만에 당대회를 개최하는 만큼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경제 지도이념으로서 ‘우리 식’ 경제방침 강화를 주장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병진 노선을 통해 핵개발에는 성공하여 핵보유국이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경제 개혁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논리를 펼 가능성이 크다.
2012년 6월 28일 취해진 북한식 경제개혁 조치, 즉 이른바 ‘6·28 방침’을 확대 적용하고 강화할 것임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6·28 방침의 핵심은 인센티브제 강화와 자율경영 확대로 대내적 경제개혁 조치이다. 이후 2014년 김정은의 명의로 ‘5·30 담화’가 발표되었기 때문에 김정은 시대의 경제개혁을 ‘우리식 경제관리 방법’으로 명명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관리 방법을 확대 적용하고 강화하는 논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외 개방을 포함해 완전한 경제 개혁에 대한 획기적 언급이나 주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실질적으로는 북한의 경제 관리에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있으나, ‘경제 개혁·개방’이란 단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완곡하게 표현되고, ‘우리식’이라는 수식어를 항상 대동할 것이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조치 이후 대외 개방의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제 개혁·개방을 주창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자강력 제일주의’로 대표되는 내부 동원 및 인센티브 부여와 같은 제한적이고 점진적인 개혁 조치로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 외에 평화협정 체결이나 통일노선 문제의 경우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 악화로 아무런 진전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존 ‘조국통일 3대 헌장’을 되풀이하거나 선언적 의미의 구상을 발표하는 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조국통일 3대 헌장’이란 ▲조국통일 3대원칙(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조국통일을 위한 전민족 대단결 10대 강령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의 세 가지를 가리킨다.
대외 관계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개최될 이번 당대회에는 대규모 외국 사절단의 방북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 7차 당대회는 1980년 다양한 외국 대표단을 포함했던 제6차 당대회보다는 1970년 내부 체제 결속을 중시하였던 제5차 당대회에 가까운 모습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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