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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취소와 관련된 외신 동향 및 금융시장 입장

(※ 오늘 오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했던 말을 공유.)

■ 북미 정상회담 취소와 관련한 외신 반응

어젯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서한이라는 형식으로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외신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성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반응은 조금씩 달라졌고, 오늘 아침 7시25분쯤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성명을 발표한 이후에는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과 발표는 따지고 보면 원래 그의 행동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평가가 달라진 것은 김계관 제1부상의 성명이 아주 이례적으로 차분하고 공손한 표현으로 나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두 가지를 예로 들어보면, "항상 열린 마음으로 미국에 시간과 기회를 주겠다"라는 부분과 "아무 때나 어떤 방식이든 마주 앉을 용의가 있다"고 한 부분이다. 며칠 전만 해도 회담을 구걸하지 않겠다, 회담을 안 해도 좋다 이렇게 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를 금방 알 수 있다. 이 시간 현재 외신이 주목하는 것은 이 성명에서 북한이 "트럼프 방식"에 대해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고 밝힌 부분이다. 리비아식이냐 이라크식이냐 이런 논란이 벌어질 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은 트럼프식으로 하려 한다고 했던 것을 북한이 인용했다는 점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예의를 표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성명이 아침 7시25분쯤 나왔는데, 이것도 파격적이다. 아주 빨리 나온 편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외신들은 일방적인 낙관론이나 일방적인 비관론 모두를 소개하면서도 한쪽 편을 들지 않으려고 하는 속성이 있다. 워낙 과거에 북한이 다른 나라와 맺은 약속이 무산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어떤 것도 낙관이나 비관만 할 수 없다는 점을 철저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약속대로 폭파하고 그 직후에 전격 취소 발표가 나왔는데?

(출처: reuters.com)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사실 해외에서는 중요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시간 순서로 보자면 북한은 핵 개발 완료를 선언했고, 그 이후에 핵실험장 폐기를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즉, 당분간 핵실험을 할 필요도 없고, 이미 필요가 없어진 시설을 파묻는다는 평가가 많다. 또 폐기 행사도 일방통행식으로 치러졌다. 전문가 참여를 허용하지 않은 점도 그렇고 기자단 초대도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라는 용어도 사실 애매한 편이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에서 핵 감축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반면에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이 두 입장은 차이가 아주 크다. 이번 핵실험장 폐기 행사 진행을 공식 발표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연구소라는 곳인데, 간밤에 나온 핵무기연구소 성명에 보면 "세계적인 핵 군축"이라든지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표현이 강조되고 있다. 즉 핵무기 없는 북한이나 핵무기 없는 한반도 차원이 아니고, 핵무기 없는 세계를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비핵화라는 단어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를 놓고도 앞으로 험난한 협상의 과정이 있을 수 있다고 봐야 하겠다.

■ 애당초 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기보다, 높게 보는 견해도 있고 낮게 보는 견해도 있었는데, 비관적인 견해는 대부분 "말보다 실행이 중요하다"는 실용주의자들이 보인 것이었다. 사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지를 표명하고,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북미 정상회담에 합의하는 등 모든 것이 4개월 만에 이루어졌다고 하면 웬만한 사람들은 믿기 힘들 것이다. 그런 만큼 누구라도 이례적으로 빠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게다가 북미 정상회담은 한국 측이 미국과 북한을 연결시켜주는 형식으로 추진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젯밤 명백히 한 부분 중 하나가 "북한이 회담을 요청했다는 보고를 받았었다(We were informed that the meeting was requested by North Korea)"고 한 표현이다. 즉, 북한이 먼저 만나자고 했다는 뜻과 한국이 이 요청을 전달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명확히 한 것이다. 한국이 어떻게 양측을 설득했는지는 정확히 알기 힘들지만 미국은 북한이 만나자고 요청했다고 하고, 북한은 미국이 만나자고 했다고 하는 형국이다. 게다가 정상회담이라는 것이, 그것도 극도로 적대적인 대결 상태에 있던 미국과 북한이 한두 달 만에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것인데 여기서 양측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리라고 예상하기 힘들다는 것이 비관론의 요지였다. 이렇게 낙관론도 있고 비관론도 있는 가운데 비관론이 조금 더 많은 상황이었다, 이 정도로 느끼고 있다. 특히 국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비관적인 혹은 유보적인 입장을 가졌다가 일이 잘 되는 편이 낫지 낙관론을 가지고 투자했다가 일이 잘못되면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다분히 냉정한 입장을 보이는 편이다.

■ 월가나 글로벌 금융시장 반응?

어젯밤에 처음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이 보도됐을 때는 미국 주가나 원화 가치 등이 크게 하락하는 등 반응이 꽤 컸다. 애초에 북한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두고 속된 말로 '장난을 친다'고 판단되면 미국이 북한에 무력 사용을 포함해 강경한 대응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었기 때문에 회담 취소는 강경 대치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에 백악관과 국무부 등 미국 당국자들이 아직 북한과의 대화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내용의 발언을 하면서 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 북한이 아주 이례적으로 차분한 어조로 강한 회담 의지를 표명한 이후 서울 금융시장은 이미 회담 취소 재료를 극복한 모습이다. 달러/원 환율은 상승하다가 소폭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즉 원화 가치가 어제 오후보다도 오히려 올라갔다는 뜻이다. 보통 북한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세력이 많기 때문에 달러/원 환율이 올라가는 것이다. 또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하락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과 기관 투자자들은 큰 규모로 순매수했다. 채권시장도 차분했고 한국이 해외에서 발행한 채권에 대한 신뢰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왑 즉 CDS 프리미엄도 간밤에 약간 올랐다가 오늘 다시 내려갔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번 일로 인한 한국 금융시장 투자 여건에 큰 변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만약에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선언이 아주 강경한 형태로 나왔거나 북한이 여기에 격렬하게 대응했다면 오늘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 앞으로 양국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까?

사실 양국 관계라는 표현 자체가 애매할 정도로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유동적이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6.25 전쟁 이후 가장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가 올해 들어서 갑자기, 그리고 좀 뜬금없이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양측 관계는 럭비공처럼 어디로든 튈 수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예측불가능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고, 김정은 위원장 역시 사고 체계를 외부에서는 예측하기 힘든 인물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양측에서 내보낸 사인을 근거로 추측하자면 당분간은 대화를 시도할 것으로 봐야 하겠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발표한 성명에는 자신이 '위임에 따라' 성명을 발표한다고 하고 있다. 즉, 개인적인 입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성명에서 김 부상은 오늘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태는 역설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서두르지 않을테니 언제 어디서든 성급하지 않게 일단 만나자는 표현도 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대화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 미국 입장에서도 대화라는 수단을 포기할 경우 대안은 긴장 고조 혹은 무력 대치 등인데, 어느 경우든 정치적으로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몰라도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부담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간밤 미국 행정부 관계자 등은 대화 의지를 여전히 강조했다. 따라서 막후에서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노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나 주목해볼 만한 대목?

일단 오늘 금융시장 반응을 보거나 양측이 당분간 대화를 계속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을 보거나 이번 일이 한국 경제에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가지 조심해야 할 점은 남북 혹은 북미 관계의 특수성이다. 가까워지다가도 언제든 악화될 수 있고 합의가 발표돼도 언제든 합의가 폐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남북 혹은 북미 관계에 진전이 있다고 해서 섣불리 모든 것이 해결된 것처럼 지나치게 낙관한다든지 투기적일 정도로 테마주로 몰려든다든지 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리고 이번에 국제 투자자들은 한국에 있어서 북한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성을 다시 한번 실감했을 것이다. 따라서 흔히 말하는 코리아디스카운트 같은 것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소비자들 및 기업들 입장에서는 남북 및 북미 관계가 갑자기 냉각되거나 냉각될 조짐이 보이면 소비를 크게 축소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정부가 발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는 준비를 항상 갖추고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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