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송고한 로이터칼럼을 공유)
(칼럼)-소득주도성장 전략과 악화일로 걷는 고용지표
(※ 이 칼럼은 저자의 개인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울 (로이터) 유춘식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노선에 따라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한 뒤 불가피한 피해를 보완한다면서 발 빠르게 추가경정예산까지 도입했으나, 내수 증가나 소득분배 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고용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결정 직후부터 이미 고용이 급격히 감소하는 이른바 고용 절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으나, 청와대와 정부는 충분히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인상된 최저임금이 시행되자마자 고용지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취업자 수 증가는 5년 만에 처음으로 20만명 선을 밑돌았고 4-5월 기간 급기야 10만명 선도 무너지면서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고용이 감소했던 2009년 4분기 이후 8년 여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 경제부총리 "충격적", 대통령 "대책은 내각이"
5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지난 15일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고용지표가 "충격적"이라면서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그러나 기업과 시장의 노력이 미흡했다면서 실체도 없는 대상을 향해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한 것 외에 새로운 대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일자리와 고용 문제는 큰 구조하에서 분석하고 접근해야 한다"라면서 "내각이 그 무엇보다 최우선적으로 대응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듣기에 따라서는 내각이 다른 일보다 우선해서 이 문제에 대응하라는 당연한 지시로 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책 마련 책임 소재가 내각에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진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충분히 보이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대통령의 이 발언은 다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
▲ 취지가 옳아도 완벽한 전략은 없어
물론 청와대 참모진은 정책의 큰 방향 및 전략을 설정하고 전술 마련과 집행은 내각이 담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경제부총리가 선거 캠프 출신이 아닌 이른바 아웃사이더인 점을 고려하면 정책 방향 자체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적절한 대응을 하기는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은 집권 후 3년간 시간당 최저임금을 모두 55% 정도 인상해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고,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 16.4% 인상했다. 종업원 급여가 비용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세 기업들은 크게 반발했지만 정부는 대책이 서 있다고 강조해왔다.
심지어 고용지표가 이미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이것이 지난해 높은 고용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면서 기저효과가 사라지면 차차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 공약이고 저임금 근로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정책의 순기능은 부인하기 어렵다. 또,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다소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는 경우 일부 고통이나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경제는 심리가 중요하다. 아무리 대통령 공약이고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는 정책이라도 정책을 구상한 당사자들이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실물경제 주체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영세 사업주들은 당장 최저임금이 인상된 것에 반응하는 측면도 있지만 향후 최저임금 인상이 계속 급격히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고용을 축소하는 측면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사업주들도 소비 주체이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소비나 다른 지출도 축소할 가능성도 있다.
▲ 실무 부처의 사기도 무엇보다 중요
기존 사고체계와 다른 정책 노선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정책의 대상인 국민의 이해와 지지, 그리고 동참이라 할 것이다. 국민들의 지지가 없으면 새로운 정책은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입법화 및 집행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중요도 면에서 그에 뒤지지 않으면서 종종 간과하기 쉬운 것이 실무 부처 관계자들의 심리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관련 부처 실무진들이 가질 수도 있는 우려를 해소하고 새 정책 노선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서 그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애석하게도 지금까지 청와대가 보여 온 자세는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하기 힘들다.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한 일자리위원회는 스스로 "일자리 정책을 기획, 심의하여 좋은 정책을 발굴하는 컨트롤 타워", "부처간 정책을 조정하는 코디네이터", 그리고 "현장에서 정책이 잘 시행되는지 점검하는 확인자"를 임무로 천명했다.
그런데 지난 1년간 일자리위원회가 한 일이 얼른 떠오르기 힘들 정도로 미미한 가운데, 사실상 책임자인 초대 부위원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위원회 활동이 성공적이었다고 선언하고 사퇴한 뒤 선거에 출마했다.
대통령의 큰 정책 노선은 섣불리 만들어서도 안되고, 또, 일단 시행되면 섣불리 철회하거나 고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떤 정책 노선이라도 시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예상하지 못한 단점이 나타날 수도 있고 부작용도 생각보다 커질 수 있다.
결함과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설계자들이 먼저 인정하고 보완 작업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집행만 하는 실무 부처에게 대책 마련만 채근하는 것은 옳지도 않고 효과적일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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