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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전문가 기고문) 하마스 제거 이후 가자지구를 어떻게 할텐가?

※ 중동 지역학 전문가인 워싱턴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스티븐 사이먼 교수가 외교 전문 매체 Foreign Affairs에 기고한 『What Comes After Hamas?』라는 기고문 중 결론 부분을 번역해 소개한다. 이 글에서 사이먼 교수는 하마스를 제거하더라도 가자지구의 문제는 끝나는 것이 아니라면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실권이 있는 조직으로 만들 때까지 가자지구를 유엔 주도의 관련국 관할에 두자고 제안한다. 기고문 전문 링크는 맨 아래 공유한다.

(사진 출처: www.foreignaffairs.com)

(하마스 제거 뒤) 이스라엘의 계획은 가자지구를 철저히 봉쇄해 수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의 이동을 엄격히 통제하며, 새로운 정보에 의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이스라엘에서 가자지구 내의 목표물을 공습하는 시스템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가자지구의 통제권은 전쟁의 폐허 위에 군벌이나 하마스 후계 조직에 넘어갈 수 있지만, 이스라엘인을 살해할 정도는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구도는 아주 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엄격한 통제와 가자지구에 대한 면밀한 감시에도 불구하고 무기를 확보하고 거대한 터널망을 구축했다. 가자지구를 장기적이고 불침투적인 방식으로 봉쇄하는 것은 어렵고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스라엘은 스스로 교도소장이 되어 (가자지구가 오랫동안 비교되어 온) 거대한 수용소를 무기한 운영하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제3자에게 통제권을 넘기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양측 모두에서 더 많은 사람이 죽고 가자지구의 중요한 인프라가 파괴된 채 더 암울해진,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이 암울한 전망에 대해 한 가지 대안이 있기는 하다. 미국이 이스라엘,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유럽연합(EU), 유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등 주변 국가와 일부 외부 세력으로 구성된 그룹을 주선해서 전쟁 이후 가자지구의 통제권을 이스라엘에서 유엔으로 이양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물론 경직되고 복잡한 관료주의로 인해 이미 제도적 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판명난 유엔으로서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그러한 단점을 일단 무시한다면, 현재 생각할 수 있는 단계에서는 일단 앞에 말한 관련국들이 가자지구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이스라엘과 협력하여 시민 질서와 공공 서비스를 유지하며,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선거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형태의 유엔 승인을 확보하는 것이다.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방해할 수도 있겠으나, 이집트에서 파견을 요청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유엔 옵서버 국가)의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표결에서 기권하거나 심지어 지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방안과 관련해 지난 1999년 안보리 결의에 따라 코소보가 유엔의 임시 관할에 놓이면서 과도정부 역할을 하는 코소보 유엔 미션단과 안보리의 지시를 수행하는 나토 군대인 코소보 군대라는 두 기관을 설치하도록 한 전례가 있다. 반드시 유엔의 명시적인 위임이 없어도 이런 계획은 작동할 수 있다. 아이티에 케냐 평화 유지군을 승인한 2023년 안보리 결의의 선례에 따르면 유엔의 공식 임무가 아닌 활동도 유엔 보급품 비축량에서 사후 상환 방식으로 인출할 수 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우크라이나 감시 임무를 위해, 아프리카연합은 2007년부터 2022년까지 소말리아 파병을 위해 이러한 권한을 가진 바 있다. 이 절차에 따라 연락 그룹과 같은 임무의 주최자는 가능한 최고의 팀을 구성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또한 유엔의 임무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회의적인 이스라엘인들로서는 오히려 더 신뢰감을 가질 수도 있다.

안보리가 가자지구의 과도 협정을 의무화하는 결의안을 승인한다면 후속 임무는 적절한 규모와 구조, 정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작업에서 시간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연락 그룹은 유엔 기관과 협력하여 공여국을 파악 및 모집하고 평화 유지 및 "민간인 보호" 부대의 장비를 마련하고 배치해야 한다. 차량과 컴퓨터와 같은 필수 장비는 유엔의 비축물자에서 조달이 가능하다. 이 미션단의 교전 규칙은 자위권 발사를 허용해야 하며 평화 유지군의 주요 기능은 치안이 될 것이다. 또한, 언어 장벽을 최소화하고 아랍인이 임무를 주도한다는 개념을 강화하기 위해 아랍 국가 출신의 병력으로 구성해야 할 것이다. 민간인 1,000명당 평화유지군 5명이라는 경험 법칙을 적용하면 10,000명 이상의 상당한 규모의 병력이 필요할 것이다. 유엔 미션단 본부는 이스라엘 당국, 유엔 본부 및 연락 그룹과 연락을 취하는 구조를 가지면 된다.

유엔이 지원하는 임시 행정부는 취약한 환경에서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운영된 코소보의 유엔 거버넌스 임무와 두 정부 중 하나를 지원하는 리비아의 유엔 임무와 어느 정도 유사할 것이다. 선거를 조직할 수 있는 유엔 기구와 비정부기구는 충분히 있다. 새 대통령과 새 팔레스타인 입법부가 선출되면 유엔 임무는 코소보와 같은 역할에서 국제기구가 선출된 정부를 지원하는 리비아의 유엔 임무와 같은 역할로 전환될 것이다. 유엔 임무를 수행하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모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수장, 외부 세력의 고위 관리들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 즉 시리아와 레바논에서 유엔 고위 관리와 특사를 역임한 네덜란드의 부총리 시그리드 카그와 같은 인물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런 선거의 정치적 목표는 2006년 팔레스타인 입법의회 선거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부활시키는 것이다. 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인 마흐무드 압바스는 2005년에 마지막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선출됐다.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압바스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지만, 아랍 국가들은 PA의 역할 없이 가자지구의 행정을 재설정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스라엘과 가까워진 인도를 제외하고는 글로벌 남부의 주요국들도 어떤 형태로든 팔레스타인에게 영토 통제권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아랍 국가와 글로벌 남부의 국가들은 선거와 PA의 영토 통제권 재확보를 넘어 이스라엘에 영토 양보와 서안지구 정착촌 건설 중단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자지구에서 실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가자지구의 복원된 PA는 신뢰성이 부족하고 단순한 꼭두각시 정권에 불과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양보에 주저할 수 있지만, 통합 정부의 중도파 의원들이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을 주면 가능할 수도 있다.

물론, 황폐화된 가자 지구를 재건하기 위한 신속한 조치 없이는 이러한 조치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가자지구가 이스라엘 통제에서 유엔으로 이양되고 이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통합하는 데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재건에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병원, 학교, 도로, 변전소, 수도관, 위생 시설, 관공서 등 공공 인프라는 대부분 폐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잔해를 치우는 데만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미국도 기여하려고 노력할 것이며, 이스라엘의 협력과 하원의 기능을 통해 의회는 필요한 자금을 적절히 배정할 것이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금이 있을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강화할 수 있는 지역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계획이 실현되기까지 많은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에서 필요한 결의안 통과를 방해할 수 있다. 아랍 국가들은 자국민 다수가 팔레스타인을 점령군으로 간주하는 이스라엘에 동참하기를 꺼릴 수도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승리 이후 팔레스타인에 대한 양보를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교의 목적 중 하나는 의도를 파악하고 비상 사태에서 더 많은 선택지를 고려하는 일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분쟁은 더 넓게 확산할 것이며, 여러 나라가 온갖 사회적, 환경적 혼란에 대처할 능력이 떨어지는, 다시 말해 가자지구는 미국이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영원한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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