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무역규범 수립 및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초점을 맞춘 경제협력과 통상협정을 포괄하는 협정으로 2022년 5월 23일 공식 출범했으며, 4개의 필라(Pillars), 즉 필라1(무역), 필라2(공급망), 필라3(청정경제), 필라4(공정경제)로 구성되어 있다.
필라1은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필라2~4는 미국 상무부가 주도하여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IPEF 참여국은 미국, 한국, 일본 등 총 14개국으로, 인도는 우선 필라2~4에만 참여하며 그 외 국가들은 모든 필라의 협상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이 협상의 마무리 시점으로 예정해왔던 11월 APEC 정상회의에 앞서 개최된 7차 협상 및 장관회의에서 IPEF 참여국들은 필라3과 필라4 타결에 합의하고 지난 5월 타결한 필라2에 서명하였으며, 다만 필라1은 이번 회의에서 타결에 이르지 못하여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그간 무역에 의존해 세계 최빈국에서 단 2세대 만에 고소득국에 진입한 한국으로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아시아-태평양경제포럼(APEC) 주요20개국 포럼(G20) 등 주요 경제 관련 국제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으며, 한-미FTA 등 양자 무역 협정도 적극적으로 체결하고 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 및 패권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은 기존 국제 협력 체계가 중국에 의해 혼란해지고 있다고 판단해 자국 및 동맹국들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도 이런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고 있으나, 국내외에서는 과연 중국에 등지고 미국 편에 서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논의가 있다.
나는 이 문제를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하나의 프레임으로 단정짓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미국에 도전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이 아니라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거부하고 인류 공동의 가치에도 도전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처럼 한국이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편 가르기 프레임에 갇히지 않기를 바란다.
아래는 IPEF가 11월 APEC 정상회의 기간에 필라3(청정경제)과 필라4(공정경제) 협정 타결에 합의한 내용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정리한 자료 가운데 주요 부분이다. 보고서 전체는 맨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구할 수 있다.
IPEF 협정의 주요 내용
■ 샌프란시스코 회의 후 IPEF 참여국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청정경제 협정과 공정경제 협정의 실질적 타결을 발표하고 각 협정하에 앞으로 추진할 내용을 밝힘.
- 참여국들은 이번 회의를 통해 IPEF 장관급 협의체(Council) 및 공동위원회(Joint Commission) 설립을 위한 IPEF 협정(Agreement on the IPEF) 타결도 발표하였는데, 해당 협정은 전체 필라를 아우르는(overarching) 성격을 가짐.
- 현재 필라2의 협정문(법률검토 중)만 공개된 상황이며, 필라3과 필라4의 협정문은 추후 공개될 예정임.
■ 필라1은 ① 무역 원활화, ② 기술지원 및 경제협력, ③ 모범규제관행, ④ 서비스 국내규제, ⑤ 농업, ⑥ 노동, ⑦ 환경, ⑧ 디지털 경제, ⑨ 포용성, ⑩ 경쟁의 10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음.
- USTR은 그간 두 차례(2023년 3월, 4월) 공식협상의 논의사항 요약본을 공개하여 IPEF 협상 과정 및 내용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의회의 지적에 대응해 옴
■ 현재 필라1 협상에서 진전이 어려운 분야는 노동, 환경, 디지털 경제로 파악됨.
- USTR은 샌프란시스코 회의 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무역 원활화, 포용성, 기술지원 및 경제협력, 농업 챕터에서의 성과를 강조함.
- 노동, 환경, 디지털 경제는 보호 및 규제 수준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이견이 많은 분야로 판단됨.
- [노동] 바이든 행정부는 높은 수준의 노동기준을 포함하고자 하며 이러한 의지는 11월 16일 발표된 대통령각서(Presidential Memorandum)에서도 확인할 수 있음.
- 해당 각서에서 미국은 강제노동, 아동노동 및 기타 학대 방지를 비롯하여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외교, 경제적 협력, 대외 원조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힘.
- [환경] 화석연료 보조금과 관련하여 선진국과 여타 IPEF 참여국 간 의견 차이가 여전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짐.
- [디지털 경제] 국경간 데이터 이동(cross-border data flows), 데이터 현지화(data localization), 소스코드(source code) 관련하여 강제력 있는 조항을 요구하는 입장과 이러한 빅테크 의제 포함을 반대하는 입장 간 갈등이 존재함.
- 이에 USTR은 7차 공식협상을 앞두고 필라1 디지털 경제 챕터 내 일부 조항에 대한 논의를 중단하였으며, 유사한 맥락에서 10월 25일에는 WTO 전자상거래 협상에서 국경 간 데이터 이동, 데이터 현지화 및 소스 코드 조항에 대한 기존 제안을 철회함.
■ 공급망 협정은 2023년 5월 타결되어 9월에 협정문 초안이 공개되었으며, 11월 IPEF 장관회의에서 서명이 이루어짐.
- 해당 협정은 공급망과 관련된 최초의 국제협정으로 크게 ① 공급망 위기극복을 위한 정부간 공조, ② 공급망다변화·안정화를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 ③ 공급망과 관련된 노동환경 개선 협력을 포함하고 있음.
- 공급망 협정문은 4개의 절(1절: 정의, 2절: 더 강한 IPEF 공급망 구축, 3절: 예외 및 일반규정, 4절: 최종규정)하에 27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음.
- 공급망 위원회는 참여국의 중앙정부 고위 공무원으로 구성되어 1년에 한 번 이상 개최되며, 핵심 분야 또는 주요 상품의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과 관련된 우수 관행을 파악하고 공급망의 복원력·효율성 등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을 논의함.
- 공급망 위기대응 네트워크는 참여국의 중앙정부 고위 공무원으로 구성되며, 공급망 교란 상황에서 참여국간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전파하기 위한 비상연락 채널 역할을 함.
- 노동권 자문기구는 각국의 세 명의 대표(노동 사안을 담당하는 중앙정부의 고위 공무원, 근로자 대표, 사용자 대표)로 구성되며, 해당 기구는 ILO와 협의하여 IPEF 공급망에서 노동권에 관한 분야별 기술보고서를 매년 최대 2회 작성함.
- 공급망 위기 발생국의 요청 후 15일 내에 IPEF의 위기대응 네트워크가 가동하며, 여기서 다른 참여국의 지원책으로는 유사한 공급망 교란에 대처한 경험 공유, 민간 부문의 일시적 생산용도 변경 및 생산전환 장려, 공동 조달과 배송 촉진, 신속 통관, 영향받는 상품의 매점 억제 등이 있음.
- 본 협정은 에너지 안보 및 전환, 기후 회복력 및 적응, 온실가스 배출 완화, 지속가능한 생계를 위한 노력 등 청정경제로의 전환에 중요한 문제를 다루며, 협정 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포함함.
- 청정기술을 위한 중요 광물 또는 자재 등 핵심 투입물 공급원을 확보하여 시장 전반의 청정에너지 공급망을 강화하고 에너지 부문에서 비용효율적인 조치를 통해 2030년까지 전 세계 인위적 메탄 배출량을 감축하기로 함.
- 민간 부문과의 긴밀한 협력, 잠재적 비관세장벽 완화, 재정적 인센티브 촉진을 통해 탄소 저배출 또는 무배출 상품 및 서비스의 공급과 수요를 확대하고자 함.
- 민간 인프라 개발 그룹(PIDG: Private Infrastructure Development Group)은 IPEF 촉매 자본 기금을 관리하며, 대출기관 실사(lender due diligence), 사업이행자금(viability gap funding), 기타 형태의 양허성 자본(concessional capital)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민간 부문의 자금을 동원하는 역할을 함.
- 2023년 11월 14일 일본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IPEF 기금에 1,000만 달러를 출연할 것을 약속함.
- 첫 번째 개최되는 투자자포럼에는 IPEF 정부 측 인사들과 함께 지역 최대 투자자, 혁신적인 스타트업 기업가, 첨단 프로젝트 제안자들이 모일 것이며,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의 참가 신청 절차도 곧 공개될 예정임.
- 필라3 협정은 효과적으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협력 작업 프로그램(CWP: Cooperative Work Programs)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2023년 5월 첫 번째 CWP로 ‘지역 수소 이니셔티브’가 시작됨.
- 한편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는 기후 인프라를 위해 3억 달러를 투자하는 글로벌 기후 기금(Global Climate Fund) 설립을 발표했으며, 이 기금은 재생에너지, 스마트 그리드(smart-grid), 전력 저장 등의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해 9억 달러의 사모펀드를 동원할 예정임.
- 해당 협정을 통해 참여국들은 범죄 수익 환수 및 처분에 있어 투명성과 책임성을 증진하는 국제협약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을 구축하기로 약속하였으며, 정부조달에서 공무원의 청렴성을 제고하고, 민간 부문은 효과적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시행하도록 장려하기로 함.
- 필라4 협정에는 부패 척결과 노동법 이행 간의 연관성을 반영하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는데, 즉 이주 노동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 제공을 포함하여 노동권을 존중하고,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행사에 대한 고용주의 간섭을 금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을 명시함.
- 참여국들은 반부패, 노동 및 세금에 관한 연례 조정회의를 개최하여 약속 이행, 이행상의 어려움, 기술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며, 상호 정보교환 시스템을 통해 이행을 모니터링할 예정임.
- 전통적 통상협정과 달리 관세 논의가 부재하며 대신 공급망과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규범 설정에 중점을 두고 있고, 특히 모든 필라에서 노동권을 강조하고 있음.
- 다양한 개도국 지원사업 및 연계 프로젝트 등을 통해 IPEF 국가간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며, 협정 타결 이후에는 여러 위원회를 통한 이행점검 메커니즘을 구축하여 경제협력의 효과성을 높이고자 함.
- 서명을 마친 필라2는 각국이 관련 국내 절차를 진행하며, 협정문 제21조에 따라 14개 참여국 중 5개국이 비준서를 기탁하면 정식 발효됨.
- 샌프란시스코 회의에서 실질적 타결에 이른 필라3과 필라4는 협정문 공개 및 발효를 위한 각국의 국내절차가 후속될 예정임.
- 필라1의 합의를 위한 협상은 2024년에도 지속될 것이나 그 완료 시점에 대해서는 예상하기 어려움.
- 청정에너지 기술 분야에서 역내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핵심 광물 대화체(Critical Mineral Dialogue)를 발족함.
- 2024년에는 우선 논의 분야를 선정하고 분기별 실무회의를 개최하며, 연례 IPEF 장관회의에 결과를 보고하고자 함.
- IPEF 광물 매장량 종합지도를 작성하고, 핵심 광물 채굴·제련용 화학제품·기계 등에서 무역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며, 광물정책 관련 전문지식 및 모범사례를 공유함.
- 이해관계자간 아이디어와 전문지식을 공유하기 위한 IPEF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2024년에 추진할 분야로 ① 중소기업, ② 기업인, ③ 시민사회, ④ 학술·연구·혁신을 제시함.
- 더불어 IPEF 장관급 협의체(Council) 및 공동위원회(Joint Commission)를 설립함.
- 캐나다는 3월부터 IPEF 협상 참여 의사를 밝혔고 현재 참여국들도 긍정적인 입장이나 아직 실제 협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새로운 참여국 승인 절차를 협의하지 못했기 때문임.
- 향후 설립될 IPEF 장관급 협의체는 4개 필라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논의하고 새로운 참여국/협정의추가 가능성을 검토함.
- 공동위원회는 중복과 잠재적 갈등을 줄이면서 각 협정 간 또는 협정 전반에 걸친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파악하기 위해 필라2~필라4에서 협상 중인 내용을 모니터링할 예정임.
■ [시사점] 정부는 업계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앞으로 구성될 각종 협의체에서 한국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임.
- 한국의 IPEF 협의체 내 주도적인 입지 확보와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 당사국간 협력활동의 구체적인 분야· 부문을 우리 내부적으로 적시에 식별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임.
-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 기업들도 디지털, 노동, 환경 등 모든 경제통상 이슈에서 한국의 제도나 규범이 지속적으로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도록 전환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적응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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