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예산 적자가 누적돼 이대로 가다가는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의회예산처(CBO)의 최신 장기 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2056년까지 17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분석가들은 결국 재정정책의 근본적인 대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해 왔지만,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급증은 미국 경제가 성장률 급등으로 재정난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는 새로운 낙관론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1980년대와 1990년대 후반의 생산성 충격은 세수 증가와 연간 재정적자 축소를 동반했지만, 이러한 충격이 재정적자 변화에 미친 정확한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결론이 없다.
이런 가운데 브루킹스연구소는 거시경제 및 인구구조의 현실적인 변화와 더불어 조세제도의 특성 및 다양한 지출 프로그램 등 실제 재정 여건을 함께 고려하여, AI 충격이 연방정부 재정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Can AI Restore Fiscal Sustainability in the US?』라는 이 보고서는 벤저민 해리스, 닐 메로트라, 그리고 윌리엄 오버캐시가 공동 저술했다. 보고서는 두 가지 분석 단계를 거쳤다.
첫째, AI로 유발된 충격이 연방정부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경로를 식별하고 모형화했다. 여기서 연구진은 사망률 감소와 국방비 증가 같은 새로운 경로뿐 아니라, GDP 증가와 중립금리 상승 같은 전통적인 경로도 포함했다.
둘째, 생산성, 노동시장 참가율,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 등 거시경제 변수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추정했다. 이러한 추정치는 과거의 역사적 경험과 이번 AI 충격의 잠재적 규모에 대한 미래 전망을 모두 반영했다.
저자들은 또 재정 전망에 대한 잠재적 영향을 추정하기 위해 네 가지 대표적인 생산성 충격 시나리오를 모의실험했다. 첫 번째는 전후 미국에서 나타났던 전통적인 생산성 충격과 유사한 경우, 두 번째는 노동시장에 특히 큰 영향을 미쳐 신규 소득의 구성 변화를 초래하고 상당수의 근로자를 대체하는 경우, 세 번째는 생산성 향상이 의료 부문에 집중되어 사망률 감소와 의료 효율성 및 의료 이용 증가를 가져오는 경우, 그리고 마지막은 앞의 세 가지 시나리오를 결합한 복합 충격이다.
분석 결과는 비교적 명확하게 나타났다. 대규모의 전통적인 생산성 충격은 과세 기반 확대와 세수 증가를 통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재정 불균형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으며, 연간 재정적자를 GDP 대비 약 6%에서 약 2% 수준까지 줄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AI 충격의 특수한 성격은 이러한 효과를 제한할 수 있으며, 그 주된 이유는 다섯 가지 경로로 나타났다.
첫째, 사망률 하락으로 은퇴 연령 인구가 크게 증가하여 사회보장비 지출이 확대된다. 둘째,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노동소득에서 더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자본소득으로 소득 구성이 이동하면서 평균 실효세율이 하락한다. 셋째, 노동시장 참가율이 낮아지면서 소득지원 프로그램의 수급자가 증가한다. 넷째, AI 투자의 확대는 중립금리와 시장금리를 상승시켜 국가채무의 이자 부담을 증가시킨다. 마지막으로, AI를 둘러싼 군비 경쟁이 심화되면서 주요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이 확대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요인들은 전통적인 생산성 충격이 가져오는 재정 개선 효과의 절반 이상을 상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한국에서도 이른바 반도체 특수로 인한 일시적 세수 급증(초과세수 혹은 추가세수 등으로 언급하는 사람마다 표현이 다양하게 나왔다)을 둘러싼 논쟁이 있었으므로 직접 관계된 것은 아니지만, 관심 있는 분들은 이 논문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논문 전문 받아보기 👉 여기를 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