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전쟁』(김영준 저, 스마트북스 출판)은 이미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뛰어난 서평도 많이 나온 책이어서 내가 이렇게 늦은 시점에 서평이랍시고 글을 남긴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책을 쓴 저자에게 감사의 표시 정도는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돼 책 소개 글을 남기려 한다.
우리는 누군가 그럴듯한 이론이지만 직접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은 이야기를 할 때 "○○을 책으로만 배워서 그렇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경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전공했거나 책을 많이 읽어 비록 이론을 다양하고 깊이 있게 알고 있다고 해도, 그 이론에 바탕이 되는 실생활에서의 사례를 두루 경험하지 않고 그저 이론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말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모든 이론을 실생활에서 검증한 뒤에야 그 이론에 대해 말할 수 있고, 또,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려면 우리는 무언가에 대해 말하려면 아마 300년을 살아도 모자랄 것이다. 어떤 이론은 실생활에서 검증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너무나 명료한 경우가 그렇다. 그렇더라도 실제 상황을 철저히 염두에 두고 이론을 주장하거나 설명할 필요가 있다.
『골목의 전쟁』은 여러 가지 면에서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책이다. 거창한 이론을 들이대고 거기에 생각을 끼워 맞추려는 시도를 하는 대신 실생활에서의 사례를 바탕으로 중요한 원칙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어떤 경우에는 중요한 원칙을 콕 집어 설명하는 건 아니지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원칙에 대해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를 주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상식적으로" 옳다고 받아들이고 지나쳤던 어떤 이야기가 사실과는 아주 다르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한다.
한국은 경제 규모나 1인당 국민소득 등 여러 지표에서 이미 고소득국가에 속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다. 하지만 몇 가지 부문은 여전히 낙후되거나 고소득국가들과 큰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율이 높다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이유를 두고 "상식적으로" 1997년 외환위기 때 실직한 직장인들이 대규모로 자영업에 뛰어들었다는 점을 정설인 것처럼 말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하지만 다음 부분처럼 조금만 통계를 살펴보면 그런 믿음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