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칼럼은 저자의 개인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울 (로이터) 유춘식 기자 - 한국 경제가 지난 1분기에 10여 년 만에 최악의 감소를 기록한 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2분기 지표를 확인한 뒤 금리 인하를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정부 부문을 빼고 분기별 변동성도 제거한 뒤 계산해 보면 한국 경제는 지난해 후반부터 심각한 정도로 급격한 둔화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기술적으로도 이미 침체에 빠진 것으로 나타나 한은이 금리 인하를 검토할 시점은 이미 지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방문단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권고하고 강원도 지역의 산불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하자 부랴부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추경안은 신속한 통과도 불투명할뿐더러 규모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민간 부문만 보면 이미 침체 진행 중
사실 IMF 방문단의 지적은 뒤집어 해석하면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가 턱없이 높게 설정됐다는 사실을 꼬집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야만 가까스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지난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1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0.3% 감소하며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한은과 정부는 이를 직전 분기의 높은 GDP 증가율과 재정 집행의 일시적 부진 탓으로 돌렸다.
숫자만 보면 한은과 정부의 설명이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재정 집행의 부진 때문에 성장률이 이렇게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민간 부문의 활력이 심각한 수준까지 악화됐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다.
한은 통계를 바탕으로 계산해 보면 민간 소비와 민간 투자 부문 국내총생산 전기 대비 증가율 4개 분기 이동평균치는 이미 지난해 2분기에 0.3%를 기록해 직전 분기의 0.9%에서 크게 낮아졌다. 이후 이 증가율은 3분기에 마이너스로 빠졌고 4분기와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제적으로 GDP 전기 대비 증가율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면 침체에 빠진 것으로 분류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민간 부문은 이미 지난해 4분기에 침체에 빠졌고 올해 들어 침체의 정도가 더욱 깊어진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각종 지표는 이미 한은 금리 인하를 반영하기 시작한 지 오래다.
▲디플레이션 심리 차단 필요
하지만 한은과 기재부의 보도자료와 당국자들의 발언을 보면 당국은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아직 심각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반도체 가격이 하락을 멈추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타결되면 세계 교역은 다시 성장세를 회복하고, 수출에 의존한 한국 경제도 다시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앞에 제시한 민간 부문 활력 위축은 반도체 가격만을 탓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 억제를 목표로 한 강력한 대출 규제 정책은 그 자체로는 효과를 내고 있다.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던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은 상승을 멈췄고 부동산 구매 관련 대출 증가율은 현저하게 둔화됐다. 고가 아파트 가격 정체를 서민 주거 정책의 성공으로 봐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전체적인 거시경제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정책은 초라할 정도로 부족하다.
서울 아파트 가격 억제를 현 정부의 최대 정책 목표로 삼는 것은 나름대로 양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한국 경제의 민간 부문 활력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디플레이션 심리 확산을 경고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수십년간 물가 안정이라는 단어는 물가상승률 억제와 같은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인구는 증가하고 모든 경제지표가 상승세를 보이던 시절에는 물가 상승 억제를 통한 경제 안정이 중요한 목표일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한국 경제의 구조는 바뀌었고 물가 안정의 개념도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주 발표될 통계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0.4%에 그칠 것으로 로이터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물가상승률 안정 목표치인 2% 도달 시기를 계속 미루고 있다. 하지만, 물가가 안정돼 있으니 국민들의 삶의 질이 개선된다고만 안이하게 볼 일이 아니다.
디플레이션은 한번 빠지면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악영향을 주며 쉽게 빠져나오기도 어렵다. 이는 일본의 상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일본이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시기를 또 미룬다는 기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보여 준다.
한은은 정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보다, 아니, 그만큼 만이라도 경제지표가 내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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