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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막말 문제와 회의장 질서유지 방법은 없나? 영ㆍ미 사례 소개

※ 국회입법조사처는 "한국 정치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국회의원의 상호비방이나 막말의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라면서 "이는 결국 국회의 품위와 권위 뿐만 아니라 정치의 품격을  추락시킴으로써 유권자의 국회 불신을 강화하고 정치혐오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래는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보고서 내용이다.

1. 들어가며

'의회'(parliament)라는 단어가 프랑스어 '말하다'(parler)에서 유래한 만큼, 의회는 다양한 사회세력의 대표자인 의원이 모여서 '말싸움'을 하는 곳이다. 정책입장과 정치이념이 다른 대표자들이 '말'로 토론하고 협상하며, 최종적으로 의원 다수의 지지를 얻은 대안이 채택되는 곳이 의회이다. '발언'은 의정활동의 기본수단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회는 품위있는 발언예절을 준수할 것을 기본적인 의원윤리규범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정치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국회의원이 의정활동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상대당이나 의원을 비난하고 모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유권자 수준에서 정서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과도 관련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거친 언어사용이 지지세력 동원에 오히려 유리한 전략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태는 장기적으로 국회의원과 국회의 품위를 추락시킴으로써 국회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강화하고, 나아가 정치혐오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우리 국회의 원내 발언질서 유지를 위한 규정 및 위반시 제재규정을 검토하고, 이를 영국 의회와 미국 의회와 비교할 것이다. 특히, 의회의 명예와 권위를 매우 중시하는 영국 의회가 의원의 비의회적인 언어 사용을 어떻게 엄격하게 규율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우리 국회에게 주는 시사점을 검토보고자 한다.

2. 국회의원의 발언규범

(1) 관련 규정

국회의원은 의원으로서 품위유지의 의무를 가지며(「국회법」 제25조) 본회의나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해서는 안된다(「국회법」 제146조). 또한 의원은 회의중 함부로 발언하거나 소란한 행위를 하여 다른 사람의 발언을 방해해서도 안된다(「국회법」 제146조). 국회의원의 품위있는 발언규범은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과 「국회의원 윤리강령」에도 규정되어 있다.

국회의원이 이 같은 규정을 어기고 회의장 질서를 어지럽힐 경우 의장은 경고나 제지를 할 수 있으며, 이를 따르지 않는 의원에게는 당일 회의에서 발언금지나 퇴장을 명령할 수 있다(「국회법」 제145조). 그리고 의원이 사생활 관련 발언 및 모욕적인 발언을 하거나 품위유지의 의무를 위반할 경우 징계사유에 해당된다는 점은 「국회법」 제155조에 명시되어 있다.

(2) 징계사례

제13대 국회부터 제20대 국회까지 총 235건(철회된 경우 포함)의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제출되었는데, 이 중 41.2%(101건)가 폭언이나 인격 모독성 발언, 명예훼손, 모욕 등 의원의 부적절한 발언을 징계사유로 들고 있다. 이 중에서 윤리특위의 심사를 거쳐서 본회의에서 의원에 대한 징계가 결정된 사안은 단 1건에 불과하며, 나머지 징계안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의원에 대한 징계안은 대부분 상대당 의원들이 요구한 것이다.

해당 사안들에서 의장이 해당 의원을 공식적으로 경고·제지하거나 발언금지 또는 퇴장을 명령한 선례는 찾기 어렵다. 즉 회의장 발언질서 유지를 위해서 「국회법」을 통해 국회의장에게 부여한 제도적 권한이 실제로는 제대로 행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3. 영국 의회의 발언규범

(1) 관련 규정

영국은 의회제도의 모국 답게 의원의 명예와 권위를 매우 중요시하며, 그에 걸맞는 발언 예절을 중시하는 전통이 강하다. 영국에서 최고 권위를 갖는 의회선례집(Erskine May)에 따르면 의회에서는 '온화하고 절제'(good temper and moderation)하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발언이 금지되는 단어가 별도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선례에 따르면 멍청이·거짓말쟁이·불한당·겁쟁이·부랑아·훌리건·쥐새끼·배신자 등이 '비의회적인 언어'(unparliamentary language)라고 여겨진다. 다른 의원이 토론 중이거나 기타 본회의 의사가 진행되는 동안 의원은 소음을 내거나 소란을 피워서는 안된다.

의장은 원내 발언질서 유지를 위해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의제를 벗어난 발언이나 자신의 주장을 집요하게 반복하는 발언, 다른 의원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 폭력적이거나 모욕적인 언어를 사용한 의원에 대한 의장의 제재는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우선 경미한 발언규범 위반에 대해서 의장은 발언 중지와 착석을 명령하며, 의원이 이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당일 의사일정 동안 본회의장을 퇴장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이는 의사규칙에는명시되어 있지 않은 의장의 재량권에 속한다. 이 경우 의원은 분열표결에 참여할 수 있고, 의회 영내 체류가 가능하다.

그 다음으로 의장의 지시에 계속해서 불복하는 의원에 대해서 「하원의사규칙」 제43 조에 따라서 회의 당일 동안 의회 영내에서 퇴장을 명령할 수 있다. 이 경우 의원은 표결을 비롯한 어떤 의사활동에도 참여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의장의 퇴장 명령을 거부하는 등 고의로 의사진행을 방해하여 회의질서를 어지럽히고 의장의 권위를 훼손하는 의원에 대해서 의장은 의원 이름을 호명(naming)한 후 "해당 의원을 직무정지에 처한다"는 동의를 토론 없이 표결에 부쳐야 한다(「하원의사규칙」 제
44조). 의장이 의원을 호명할 때 의원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존경하는 (지역구 이름) 의원님'(honorouble Member for constitutency)으로 부르는 전통이 있기 때문에, 이름으로 불리는 것 자체가 불명예이자 경징계에 해당된다.

직무정지 처분을 처음 받는 의원은 회의일 기준 5일간의 직무정지에 처해지고, 두 번째 직무정지일 경우에는 20일간, 그리고 세 번째 이상일 경우에는 별도의 의결이 있을 때까지 의원으로서의 직무가 정지된다(「하원의사규칙」 제44조 제2항). 직무정지를 당한 의원이 의장의 명령을 집행하기 위한 경위장의 지시를 거부할 경우 해당 의원은 더 이상의 의결 없이 즉시 그 회기가 끝날 때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직무정지 기간 동안 해당 의원에게 세비가 지급되지 않는다.

(2) 징계사례

영국 하원에서 '비의회적인 언어' 를 사용한 의원에게 내려지는 제재는 대부분 '당일 회의에서 퇴장'이다. 1992년 이후로 여기에 해당되는 의원과 해당 발언은  [표1]에 나타나 있다. 49년간  하원의원으로 재직했던 데니스 스키너(Dennis Skinner) 노동당 의원은 비의회적인 언어의 사용으로 10여 차례나 의회에서 퇴장당했다.


한편 2012년에 폴 플린(Paul Flynn) 노동당 의원은 본회의에서 아프간 전쟁에서 영국군의 철군을 주장하면서 "국방부 장관이 의회에 거짓말하고 있다"고 발언하였는데, 하원의장의 거듭된 발언 철회 지시를 거부함으로써 호명과 함께 5일간 직무정지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4. 미국 의회의 발언규범

(1) 관련 규정

미국 하원의 경우 본회의에서 발언을 희망하는 의원은 의장에게 정중하게 발언 신청을 해야 하며, 발언은 토론 중인 의제(상원이나 상원의원에 대한 언급 포함)에 한정되어야 한다. 토론 중인 의제와 무관한 발언, 상원이나 상원의원에 대한 언급이나 인신모욕적인 발언을 해서는
안된다(「하원의사규칙」 제17장제1조).  

이를 어길 경우 의장은 해당 의원에게 주의(call to order)를 줄 수 있는데, 주의를 받은 의원은 즉시 착석해야 한다. 다만 다른 의원들의 동의에 따라 해당 의원은 설명할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 주의에 대해 이의가 제기될 경우 의장은 주의의 타당성을 토론 없이 표결에 부쳐야 한다 . 표결 결과가 위반 의원을 지지할 경우 해당 의원은 발언을 계속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해당 의원은 발언을 중단해야 할 뿐만 아니라, 견책 또는 다른 징계를 받을 수 있다(「하원의사규칙」 제17장제4조).   

또한 미국 하원에서는 의장이 연설하거나 의제를 상정하는 경우 의원은 본회의장을 걸어다니거나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본회의 개회 중에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소란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고 안건심의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이다.

(2) 징계사례

미국 하원에서 역사적으로 비의회적인 언어 사용으로 징계를 받은 사례는 1800년대에 집중되어 있는데, 대부분 견책(censure)의 징계를 받았다([표2] 참조).


비교적 최근에 하원에서 발언규범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경우에는 견책보다 한 단계 낮은 수위인 공개비판(reprimand)의 징계를 받았다. 로버트 도넌(Robert K. Dornan) 공화당 의원은 1995년에 하원 본회의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은 베트남전에서 징집을 회피함으로써 적에게 도움과 위안을 주었다"고 비난했다. 이 발언으로 도넌 의원은 공개비판과 함께 24시간 발언권  박탈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2009년 9월 15일에 조 윌슨(Joe Wilson) 공화당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양원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도중에 "거짓말이야(You lie!)"라고 소리치며 대통령의 연설을 방해했는데, 하원은 그에게 공개비판의 징계를 결정하였다.

5. 나가며

다양한 사회세력이 대표되고, 서로 다른 이념과 정책이 경쟁하는 국회에서 상대당이나 의원에 대한 비판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상호비판이나 비난의 내용인 발언조차도 절제되고 품격 있는 언어를 통해서 표현되어야 할 것이다. 의원의 발언이 또 다른 정치갈등을 조장한다면 국회의 기능 중 하나인 사회통합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

한편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 주어지는 면책특권(헌법 제45조)이 국회의원의 거친  발언을 보호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2014년에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는 독일연방의회의 경우처럼 의원의 '명예훼손이나 모욕적 발언'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의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국회의장은 의원의 막말이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경고·발언금지·퇴장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지만, 이를 실제로 행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발언 질서의 확립을 위해서 제12대 국회까지 존재했던 '발언 취소'를 명령할 수 있는 의장의 권한을 재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의장 선출과 동시에 당적 이탈을 의무화한 것은 중립적 중재자로서 불편부당하게 의사 운영을  함으로써 원내 질서유지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원내 발언질서 확립을 위해서 국회의장의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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