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가 11월14일 현재 정리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세계 주요국 입장과 한국의 입장, 그리고 북한 관련 한국의 상황 등을 소개한다. 자료 정리가 비교적 간략히 돼 있는 데다가 엄청난 양의 참고자료 목록이 첨부돼 있으므로 보고서 전체를 구해서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보고서 링크는 맨 아래 공유한다.
(사진 출처: www.ft.com) |
《주요국 입장》
가. 미국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대하는 미국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우방국인 이스라엘을 지원함과 동시에 전쟁의 확전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가장 가까운 우방국인 미국은 10월7일 하마스의 공격이 이루어진 직후 하마스의 공격을 규탄하고 이스라엘 정부와 국민에게 적절한
지원 수단을 제공할 것과 이스라엘의 편에 설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확전을 막기 위해서 군사적‧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우선, 미국은 10월8일 미 해군 제럴드 포드(Gerald Ford, CVN 78) 등 항공모함강습단을 동지중해에 배치하였고, 10월14일에는드와이트D.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항공모함을 추가로 배치하였다. 또한 미 공군은 F-15, F-16 전투기와 A-10 공격기 편대도 해당 지역에 배치하고, 그 수를 두 배로 증파하고 있다. 또한, 군 수송기를 통해 미국의 군사 장비를 이스라엘에 지원하였다.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러한 군사적 움직임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은 물론이고 전쟁에 개입하려는 다른 국가나 비국가 행위자들에 대한 억지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임을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또한, 블링컨(Antony J. Blinken) 국무장관은 10월11일부터 17일까지 이스라엘, 요르단, 카타르,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를 방문해 고위 관리들을 접촉하여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연대를 재확인하는 한편, 분쟁 확산 방지와 인질의 즉각적 석방, 그리고 민간인 보호를 위해 지역 파트너들과 협력하였다. 바이든 대통령도 10월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하여 이스라엘 지지를 표명하는 한편, 확전으로 인한 더 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방문 직전 발생한 가자지구 내 병원 폭발사건으로 민간인 500여 명 이상이 사망하면서 요르단에서 아랍 정상회담을 개최하려던 애초의 계획은 무산되었으나, 압델 타파 엘시시(Abdel Fattah elSisi) 이집트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하고 이집트-가자 지구 국경을 개방하여 인도주의적 구호품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에 합의하였다. 11월3일 블링컨 국무장관이 다시 이스라엘을 재방문하여 민간인 대피와 인질 구출을 위해 일시적으로 교전을 중지할 것을 촉구하고 11월4일 요르단,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외무장관을 만나 휴전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 외에도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지 않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우방국인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변호하고, 최근 동결 해제하였던 이란의 60억달러 자금을 재동결하였다. 또한, 미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가자 지구, 수단, 튀르키예, 알제리, 카타르 등에서 활동하는 하마스의 주요 조직원, 공작원, 자금지원책 등 개인 9명과 1개의 기관을 제재하였고,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무인기(UAV) 개발을 도운 11명의 개인, 8개 단체, 그리고 선박 1척을 제재하였다.
나. 아랍국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요르단 등 대부분의 아랍 국가와 아랍연맹(League of Arab States)은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 민간인을 인질로 납치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는 하였으나, 그보다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명시적 지지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 대한 보호 촉구에 더 중점을 두었다. 특히, 가자지구 내 병원 폭발과 이스라엘의 지상작전 개시 이후 팔레스타인 내 민간인 희생자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증가하면서 이스라엘이 사태를 더욱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한편, 이들 아랍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집트와 요르단과 같은 가자지구 인접 국가들은 가자지구와 통하는 국경을 봉쇄하고 있으며, 공개적으로 팔레스타인 난민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다만,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위한 구호물자 전달 및 부상자 이송을 위해 가자 지구와 인접한 라파(Rafah) 국경을 간헐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다. 이란
이란 정부 관계자들은 하마스에 열렬한 지지를 표명하였으나,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이란의 개입은 부인하고 있다.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대통령은 “이란은 팔레스타인 국가의 합법적인 방어”를 지지하면서, 이 지역 국가들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린 것은 이스라엘과 그 지지자이므로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개시하자 라이시 대통령은 “시오니스트(Zionist, 유대 민족주의) 정권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라며 “이것이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라고 확전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미국이 이란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요구하면서도 이스라엘을 광범위하게 지원한다고 비난하였다.
라. 유럽
유럽은 정부와 시민들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10월10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는 미국, 영국과 함께 하마스의 공격을 테러행위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10월14일, 유럽 각국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영국은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자들을 체포하겠다고 경고했으며, 프랑스와 독일은 팔레스타인 지지 행진을 금지했다.
10월 12일, 프랑스 내무부 장관이 “친-팔레스타인 시위는 공공질서를 교란할 수 있으므로 금지되어야 한다”고 언급함에 따라, 10월18일 파리 고등법원이 향후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사례별로 금지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중동의 혼란이 유럽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EU에서도 팔레스타인 지원 정책에 관해 혼선이 있었다. 10월9일, 올리버 바헬리(Oliver Varhelyi) 유럽집행위원회 유럽근린확대집행위원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 직후 “EU의 팔레스타인 개발 프로그램이 중단될 것”이라고 발표해 EU가 하마스를 비판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발표 직후, 스페인, 아일랜드, 룩셈부르크가 집행위의 예산 집행 중단에 대해 반대한 결과, EU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그대로 유지될 예정이다.
마. 일본
일본 정부는 10월7일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의 공격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일반 시민이 큰 피해를 보게 된 것을 강하게 비난하고, 더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당사자에게 자제를 요구한다는 공식적 입장을 외무대신 담화 형식으로 발표하였다. 공격을 시작한 하마스를 비난함과 동시에 이스라엘의 반격에도 우려를 표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외교를 일본 언론은 ‘균형 외교’로 표현하고 있다.
일본은 원유의 90% 이상을 중동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중동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에너지 안보상 중요한 과제로 일본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양쪽과의 우호 관계를 구축해 왔다. 이러한 이유에서 일본의 외교정책은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하면서도 중동문제에서는 독자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이번 대응에서도 일본 정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5개국 정상이 하마스를 비난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공동성명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일본 정부는 가자지구에 인도적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약 15억 엔의 긴급 인도적 지원을 시행한다고 발표하였다. 이와는 별도로 기시다(岸田文雄) 총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UAE, 카타르 정상과 전화 통화를 통해 상황의 확대를 막기 위한 협력을 요청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바. 중국
중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하여 분쟁을 고조시키고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움직임을 반대하며, ‘두 국가 방안(两个方案, two state solution)’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자이쥔(翟隽) 중동 문제 특사를 내세워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이집트, 사우디 등 각국 외교 당국자와 통화는 물론 대면을 통해 평화 중재자로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10월19일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집트 총리와의 면담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한 첫 입장을 제시한 바 있으며, 푸틴 대통령과는 정상회담을 통해 전쟁 해결책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전쟁 초기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해 시종일관 균형자적 입장을 강조해 왔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의 친구로 양측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안전과 발전을 공유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한 바 있으며, 왕이(王毅) 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사익이 없으며, 항상 평화의 편이자 공정하고 정의로운 편에 서 있다”는 입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이후, 중국은 “자위권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이스라엘 정부의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집단적 징벌에 대해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과 유엔 안보리 가자지구 인도주의적 구호 접근 허용 촉구 결의안에 대한 미국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제시하며, “강대국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견지하고, 냉정함과 자제력을 유지하면서 앞장서서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대응과 관련하여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은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3월 이란·사우디 간 중재를 통해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이 이번 전쟁에서는 ‘친팔레스타인 중립(pro-Palestinian neutrality)적 태도’를 보이면서, 평화 중재자로서 중국의 역할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 러시아
2022년부터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에 대해 중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대통령, 튀르키예 대통령, 이란 대통령, 이라크 총리, 이집트 대통령,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 이스라엘 총리 등과 회담이나 전화로 중동 상황에 대해 의논했으며, 이를 기회로 “미국의 중동 정책 실패” 혹은 “미국의 항모 전단 파견은 이해 불가” 등 미국에 대한 비판도 제기한 바 있다.
10월18일에는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갖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전쟁을 계기로 중러 협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움직임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친러 국가들을 규합하고 미국을 견제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축소되었던 러시아의 역할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의 대응과 과제》
우리 정부는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중동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진행 중이던 지난 10월21일부터 26일까지 윤석열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빈 방문하기도 하였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이번 충돌과 관련하여 어느 일방에 대한 의견을 자제하고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는 한편,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할 것을 발표하였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실은 10월11일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국제인도법을 명백히 위반한 테러행위”로 보고 강력히 규탄하면서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평화 정착을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외교부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민간인 사상자 급증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사태 종식을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당사자들이 국제인도법을 준수하며 민간인 보호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또한 정부는 또한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피해를 당한 민간인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기구 등을 통해 200만불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을 발표하고,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이집트 외교장관과 통화 및 면담하고 이번 사태 해결과 관련하여 우리의 기여 의지를 강조하였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충돌이 발생하여 확전이 우려되면서 미국의 동맹국 지원 여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있다. 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미국의 주요 우선순위가 될 것이므로, 이로 인해 한반도 안보에 대한 영향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하마스의 기습 도발과 관련하여 특히 검토해 봐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이번 하마스의 비대칭 전력을 앞세운 기습 도발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스라엘의 정보 실패에 기인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비밀리에 군사훈련을 진행하는 등 이스라엘을 기만하기 위해 위장했다고 알려졌다. 또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철처히 봉쇄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부에서 발생하는 일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경계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이로 인해 기습 일격을 당한 이스라엘은 초기의 대응 실패로 인해 막대한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우리도 대북 정보력을 강화하고 북한군의 움직임을24시간 중첩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9.19 군사합의로 인해 대북 감시․정찰이 제약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다음으로, 합동참모본부는 휴일 새벽 첫 20분간의 사격에 5,000발 이상의 로켓포를 발사하여 아이언 돔을 무력화하고, 드론 공격으로 분리 장벽의 감시 통신 체제를 파괴한 후 침투하는 하마스의 기습공격 양상이 북한의 ‘비대칭 공격 양상’과 유사하며 앞으로 이를 대남 공격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하마스와 유사한 북한의 기습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군은 정보 실패,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 비대칭전력으로 무력화된 첨단 시스템의 한계 등에 대비하고, 이스라엘의 대규모 반격을 가능하게 한 예비군의 동원 등 중요 분야에 대한 대책 수립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 외에도, 이번 전쟁 과정에서 북한제 무기가 하마스에 유입된 정황이 발견되면서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에 이어 북한이 세계 최대의 불법 무기 제공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하마스의 기습공격 때 북한 무기가 사용되었음을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불법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로서 이를 억제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